학생들의 수업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이번 학기에 개인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제도가 있다. ‘오늘의 지도’ (Map of the day)라고 이름붙인 제도인데, GIS수업시간 초반 얼마간 학생들이 자원하여 재미있는 지도들을 가져와서 소개하고 그것에 대해서 토의하는 시간이다. 대부분 인터넷신문을 읽다가 혹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지도들을 가져와서 발표한다. 발표와 토의라고는 하지만 심각한 건 아니고, 2-3분 발표 뒤에 간단한 질문과 농담이 오가는 편안한 시간이다.
매주 수업시간마다 이메일 등을 통해서 신청한 5명까지 발표할 수 있게 하고, 매 발표마다 최종성적에 1점씩을 가산점으로 주니 학생들로서도 욕심이 생기나 보다. 처음에는 한두명의 적극적인 학생들만 참여했는데, 이제는 신청하는 학생이 많아져서 신청자 중에서 심사를 거쳐서 5명만 골라야 하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학기 전체를 통틀어 20여회의 수업이 있으니, 획득가능한 가산점수를 잘만 활용하면 C학점을 A학점으로 만들 수도 있다. 더구나, 어려운 작업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간단히 구글검색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재미있는 지도를 찾을 수 있으니, 비용대비 효과가 만점인 것이다.
지난주에는 한 학생이 미국에서 자기와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어디에 살고 있나를 보여주는 지도를 가져와서 발표해서 재미있게 봤다. Whitepages.com 이라는 전화번호부 회사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그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이름들의 어원과 선호도, 지리적 분포등을 서비스 해준다. Joshua Poole이라는 이름이 비교적 흔한 이름이어서 Whitepages.com에 등록된 사람만 129명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이름이 서부나 중서부, 동부보다 조지아, 캐롤라니아, 플로리다 등 남부에서 더 많이 등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름의 선호도도 지역적으로 상이한 분포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재미있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이 녀석이 재미를 붙였는지 이번에는 여러 다른 이름을 가지고 검색을 해보았나 보다. 그러고는 이번주 수업시간에는 이 지도를 들고 왔다. 같은 웹사이트에서 ‘Poop Face’라는 이름을 검색했던 것이다. ‘Poop’은 주로 ‘똥’으로 번역되니 ‘똥씹은 얼굴’ 정도 되려나? Face라는 성(Surname)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누가 자기 아이한테 저런 이름을 지어주는지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속어로서 ‘Poop Face’라는 단어의 뜻은 요기( http://www.urbandictionary.com/define.php?term=poop%20face)를 참고하시면 되겠다.
놀랍게도 그 이름으로 whitepages에 등록된 사람이 4명이나 있다. 학생들 중에서는 “그거 분명히 부모가 마약에 취해서 지은 이름일테니, 그 공간분포와 마약류 사용분포를 상관분석해봐라” 라는 심오한(ㅋ) 연구를 제안한 녀석도 있었다.
나도 이름과 관련한 지도가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이 녀석의 발표 뒤에 보여주었다. 2011년 말에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지에서 발표한 미국 성(姓, Surname) 분포지도이다.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지리학자들(James Cheshire, Paul Longley, and Pablo Mateos)이 작성한 지도를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재편집해서 발표했다. Whitepages나 Yellowpages같은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이름들을 자료로 해서, 각 주(State)마다 가장 많이 등록된 성(Surname) 25개를 골라내고, 그 빈도에 따라서 글씨체 크기를 달리해서 지도를 그린 것이다. 점, 선, 면이 아니라 이렇게 단어, 글씨들만을 이용해서 만드는 지도를 Typographic map (‘활자지도’라고 번역하면 될까?)라고 한다. 아래 지도의 경우에는 각 이름을 다른 색깔, 다른 크기로, 다른 지역에 그림으로써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경우가 되겠다. 이름(이하에서 ‘이름’은 성(姓)이란 말이다 ^^)의 글씨체가 클수록 그 이름이 그 주에서 많이 사용된다는 뜻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어떤 이름이 어떤 지역에서 더 인기가 있는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Surname)은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많은 경우 그 가족 혹은 선조의 출신지역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이다. 위의 지도는 각 성(Surname)이 세계의 어느 지역에서 유래했는지를 다양한 색깔로 보여준다. 파란색 계통은 영국(그것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에 따라서 다른 색이다), 갈색은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 나라들, 오렌지색은 독일, 이런 식이다. 붉은 색의 스페인식 성(Surname)을 쓰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멕시코 등의 남미 나라들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다.
지도를 통해서 여러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 수 있는데, 몇가지만 들어보다. 우선 흔히 선밸트(Sunbelt)지역으로 일컬어지는 캘리포니아, 뉴멕시고, 아리조나, 텍사스주 등에서 붉은색의 스페인계 성(Surname)이 상당히 많이 분포한다. 멕시코나 남미 출신의 이민자가 많은 지역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플로리다 남부지역의 스페인계 성(Surname)들은 그지역에 많은 쿠바계 이민자들을 나타내는 걸로 짐작되는데, 북동부 뉴욕주에서 몇몇 스페인계 성(Surname)이 많이 분포하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두번째로 재미있는 사실은 갈색 혹은 오렌지 계열의 북유럽계 성(Surname)들이 중서부 그중에서도 특히 북쪽의 미네소타, 위스콘신, 노스/사우스 다코타 주 등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맥주회사들이 그쪽에 많은 것이었던 것이다. ㅋㅋ.
그 외에, 보스턴 인근에 집중적으로 보이는 연두색 계열의 아일랜드계 성(Surname)들 있고, 캘리포니아에서 찾을 수 있는 친근한 성(Surname), 김(Kim)씨 이(Lee)씨가 있다. ㅎㅎ. Lee라는 성(Surname)은 중국인들도 많이 써서 그런지 중국계 성(Surname)으로 분류되었다. Nguyen이라는 성이 캘리포니아에서 Top25에 포함된 것을 보니, 베트남계 이민자들이 그쪽에 많은가 보다.
한 학생의 장난스러운 발표 덕분에 시작한 포스팅이 많이 길어졌다. 한국에 가면 전화번호부 들고 비슷한 연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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