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는 지역을 구분하는데 아주 유용한 척도가 된다. 요즘은 자라면서 표준말을 많이 교육받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고치기도 하고 해서 대화를 하면서도 어디 출신인지 파악하기가 힘든 사람들도 꽤 되지만, 여전히 은연중에 사용하는 단어나 미세한 억양은 숨기기 힘들다. 부산출신인 우리 아내는 서울에서 유학한 사람 치고는 부산사투리가 심한 편이다. 평소에는 목소리톤을 낮춘다던지 천천히 말하면서 사투리를 덜 사용하지만, 부산처가식구들과 통화하는 걸 들어보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곤 한다. 우리 아내가 식구들과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누구든지 그녀가 부산출신임을 알게 될거란 거다.
반면에 경북 영주 출신인 나의 사투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조금 헷갈려한다. 어디 출신인지 모르고 내 말투를 들으면, 경상도인거 같긴한데 대구도 아니고, 부산도 아니고, 어찌들으면 강원도인가 싶기도 하고, 충청내륙쪽인거 같기도 하고… 나름 사투리좀 들어봤네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미궁에 빠지곤 했다. 가끔 TV의 농촌드라마에서 “밥 먹었니껴?” “아이니더.”라는 독특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나오곤 했는데, 그게 바로 우리동네 사투리다. 40대는 되어야 기억할 만한 ‘왕룽일가’라는 드라마나, 몇년전 다리가 불편한 어떤 시골노인과 그와 함께 평생을 함께한 우(牛)공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서 공전의 히트(?)를 쳤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에 등장하는 그 말투다.
경상북도 중에서도 북쪽 끝에 위치한 예천, 영주, 봉화 지역의 사투리는 그렇게 좀 다르다. 소백산맥을 넘어 충북의 단양, 강원의 영월, 태백과 바로 맞닿아 삼도(三道)의 경계에 있다 보니 말투도 많이 섞여 있다. 게다가 영주의 풍기지역은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중 하나가 있는 곳으로 유명해서, 전란중에 월남해서 정착한 이북5도민도 꽤 많아 독특한 언어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상은 오로지 그 지역 출신인 내가 파악하는 사투리의 지리특성이다. 사투리는 각 지역의 문화를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들 중의 하나이고, 단순히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서울사투리로 뭉뚱그려버리기에는 너무 재미난 개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목포사투리는 광주와 다르고, 진주사투리는 부산과 다르다.
조금 오래되었지만 사투리 혹은 지역적 언어특성에 관한 재미난 지도가 있어서 소개한다. 오늘 아침에 어느분의 블로그에서 ‘설탕의 죄악’이라는 글을 읽다가 생각나서 찾아본 지도이다. 미국인들의 탄산음료 소비량이 심각하게 많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엉뚱하게도 이 지도가 생각났다.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어떻게 부르는가 하는 것에 대한 지도이다. 코카콜라의 본사가 위치해 있는 아틀란타를 위시하여 남부 지역에서는 ‘Coke’라는 코카콜라의 약자가 탄산음료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는 반면에, 북동부, 서부지역에서는 ‘Soda’라는 이름이 중서부-서북부 지역에서는 ‘Pop’이라는 말이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외에 많이 사용되는 말로는 ‘soft drink’, ‘tonic’, ‘soda pop’, ‘Pepsi’ 등이 있다. 웹사이트 설문응답 자료를 지도로 만든 것이어서 대표성을 논하기는 무리이지만, 언어지역(나아가서 문화지역)구분의 재미있는 사례가 될 수 있겠다. (This map was found here at the popvssoda website, dedicated to gathering info on the usage of pop, soda, coke and other variant terms throughout the US.)
미국 사투리의 지역분포에 관한 조금더 심도깊은 (하지만, 너무 복잡해서 난해한) 분석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요기(http://aschmann.net/AmEng/)로 한번 가보시면 재미있는 내용들을 보실 수 있겠다. 미국으로 여행가시거나 유학가시는 분들은 가실 동네에서는 어떤 특이한 말들이 사용되는지 알고 가시면, 식당이나 상점등에서 황당한 경우를 덜 당하실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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